헬무지 3대장, 지하철 역사의 밤

수도권 지하철 어딘가 환승역. 이곳이 내 2년을 바친 전장이다. 구청, 복지시설과 함께 헬무지 3대장으로 꼽히는 '지하철'. 그 명성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주간 근무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길안내 셔틀봇이 되는 것이고, 진정한 헬게이트는 '야간 근무'에 열린다.

밤 11시 30분. 막차가 다가오는 시간. 이때부터 취객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실전 경험

가장 많이 듣는 말 1위: "야 이 새XX야! 네가 뭔데 막아!!" 이미 끊긴 개찰구를 넘어가려는 아저씨와의 몸싸움은 주 3회 기본 옵션이다.

취객과의 숨바꼭질

막차가 떠나고 셔터를 내려야 하는 새벽 1시. 우리 역의 미션은 '남은 취객 내보내기'다. 역사 화장실, 구석 벤치, 심지어 계단 밑 보일러실 앞까지.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어느 겨울날, 화장실 마지막 칸 문이 잠겨있었다. "선생님, 막차 끊겼습니다. 나오셔야 합니다."

대답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위로 넘어다보니, 변기를 부여안고 코를 골며 주무시는 정장 아저씨 1명 발견. 문을 두드리고 소리쳐도 요지부동이다. 결국 역장님이 비상키로 문을 열고, 나와 역장님 둘이서 양쪽 팔을 부축해 밖으로 끌어냈다.

취객 유형별 대처법

유형 1: 억울형 - "나 택시비 없는데 어떡해!!" (내 알 바 아님, 일단 밖으로 나갑시다)

유형 2: 수면형 - 깨워도 안 일어남. 경찰 부르는 게 제일 빠름.

유형 3: 전투형 - 갑자기 주먹부터 날림. 절대 맞대응 금지. CCTV 각도 안으로 유인해서 112 신고 ㄱㄱ

청소 이모님만이 내 편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유일한 위안은 청소 이모님들이었다. 빌런과 싸우고 멘탈이 너덜너덜해져서 휴게실에 앉아 있으면, 이모님들이 슬쩍 다가와 믹스커피와 귤을 쥐여주신다.

"총각, 아까 그 진상 땜에 고생 많았제? 이거 먹고 힘내~"

이 믹스커피 한 잔이 아니었다면 내 멘탈은 진작에 파스스 부서졌을 거다.
💡지하철 공익 생존 팁
  • 절대 진상과 말싸움하지 마라. 말려드는 순간 피곤해진다.
  • 역 직원들과 항상 무전 거리를 유지해라. 위험하면 즉시 헬프!
  • 청소 이모님들에게 잘해드려라. 진짜 엄마처럼 챙겨주신다.

사람들은 공익이 꿀 빤다고 생각하지만, 최전선에서 시민들의 생날것(진상)을 마주하는 지하철 공익은 매일매일이 서바이벌이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셔터를 내린 전국의 지하철 공익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