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하는 첫날, 그리고 냄새

논산 훈련소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빠지게 되었을 때, '요양원'으로 배정받은 내 이름을 보고 동기들은 묵묵히 내 어깨를 토닥여 줬다. 복지 헬무지의 꽃. 요양원이었다.

첫 출근 날,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강렬한 락스 냄새와 지린내가 뒤섞여 숨을 막히게 했다. 복지사 선생님은 무덤덤하게 나를 맞이했다.

"여기는 딴 거 없고, 어르신들 화장실 모시고 가고, 식사 수발 들고, 목욕 도와드리면 돼. 알겠지?"

그 딴 거 없는 게 다 노가다였다.

현타의 순간: 기저귀와의 사투

근무 2주 차. 한 치매 할아버지가 기저귀를 다 뜯어버리고 벽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흔히 '벽화'라고 부른다).

🎖️실전 경험

복지사님이 소리쳤다. "빨리 물티슈랑 소독약 가져와!!"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벽과 바닥을 벅벅 닦았다. 내 나이 스물둘, 친구들은 대학에서 미팅하고 술 마시고 있을 시간에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현탐이 세게 왔다.

하지만 이내 묵묵히 치웠다. 치히지 않으면 내가 냄새 때문에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주 1~2회 꼴로 발생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한 달이 지나자 아무렇지 않게 치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요양원 공익 필수 스킬셋

  1. 비위: 냄새와 비주얼에 굴복하지 않는 강철 비위 필수.
  2. 체력: 휄체어 밀기, 어르신 부축 100번 이상 반복. 허리 디스크 조심.
  3. 멘탈: 어르신들의 욕설과 난동에도 웃어넘기는 보살 멘탈.

그래도 위로가 되는 순간들

이렇게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가끔 치매 어르신들이 보여주는 진심 때문이었다. 내 이름은 한 번도 기억 못 하시던 할머니가, 어느 날 식사 중에 내 손을 꼭 잡으셨다.

"우리 손주, 밥은 먹고 일해? 이거 하나 먹어..." 하며 몰래 숨겨둔 사탕 하나를 쥐여 주셨다. 눈물이 찔끔 났다.

💡요양원 공익 꿀팁 (그나마)
  •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무조건 친해져라. 그분들 눈에 들면 힘든 일은 덜 시키신다.
  • 마스크 안쪽에 아로마 오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일해라. 냄새 방어용 꿀템이다.
  • 허리 복대 무조건 차라. 젊다고 까불다간 20대에 디스크 온다.

요양원 공익은 단순 잡일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나약한 순간, 생과 사의 경계를 매일 지켜보는 곳이다. 비록 몸은 고되고 현타도 치게 오지만, 이 기간을 버텨내고 나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는 강한 멘탈을 얻게 된다.

에디터